재단 설립 40주년을 맞이하며 회장님 인터뷰

40돌 '송원김영환장학재단' 후원하는
김해련 태경그룹 회장

지금껏 875명에 135억 지원
민간기업 최장수 장학재단

'산업의 소금' 기초 소재 1위 기업
계열사 10여곳 2025년 매출 1조
"욕심 안 부리고 대의 좇을 것"

오는 18일 서울가든호텔에선 작지만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 ‘송원김영환장학재단’ 설립 40주년 기념식이다. 학자금 혜택을 받은 역대 장학생과 가족이 모여 어려웠던 학창 시절을 회고하고 후배의 미래를 응원하는 자리다.

장학재단을 설립한 기업은 태경그룹. 창업주 고(故) 김영환 회장이 100억원을 출연해 세운 재단이다. 민간 기업이 설립한 국내 최장수 장학재단 중 하나로, 선발 장학생에게 대학은 물론 대학원 졸업까지 연간 1000만원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누적 장학생만 875명(약 135억원)에 이른다.

2세 경영인 김해련 회장(사진)은 15일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공부했던 부친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짐한 결심이 자신처럼 어려운 고학생을 돕겠다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송원장학재단은 100% 오너의 사재로 출발했다. 흔히 기업의 출연기금으로 구성되는 장학재단과 다른 점이다. 그만큼 후학에 대한 진정성이 남달랐다는 얘기다.
 
 
김 회장이 태경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건 2014년부터다. 1975년 창립된 태경그룹은 무기화학 기초 소재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태경산업, 태경BK, 태경케미컬 등 10여 개 법인으로 구성돼 있다. 반도체 조선 제지 식품 화장품 등에 쓰이는 생석회, 경질탄산칼슘 등을 생산한다. 김 회장은 “기초 소재는 양이 많지 않아도 꼭 있어야 하는 ‘산업의 소금’ 역할을 한다”며 “일부 제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경그룹은 지난해 매출 7333억원, 영업이익 549억원으로 창사 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년 매출(5167억원) 및 영업이익(405억원)을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실적 호조를 견인한 건 ‘페트로 코크스’ 사업의 역할이 컸다.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산업용 보일러에 석탄 대체제로 쓰이는 이 제품의 수요가 급증한 덕이다. 2015년 인수한 태경에스비씨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주요 거래처인 타이어, 조선, 페인트사의 주문과 수출이 크게 늘었다. 모두 김 회장이 기업승계 후 추진한 사업이다.

김 회장은 “경영자의 역할 중 하나가 트렌드를 읽고 방향을 설정하는 능력”이라며 “업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차별적 경쟁 우위를 만들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엔 근거가 있다. 김 회장은 태경그룹에 합류하기 전 국내 최초의 인터넷 의류 쇼핑몰 회사를 10년간 운영했다.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이화여대에서 CEO 겸임교수로 강의하는 한편 소비자 트렌드 관련 마케팅 서적도 출간했다.
 
김 회장은 창립 50주년이 되는 2025년을 매출 1조원 달성의 해로 삼고 있다. 태경그룹의 성장과 더불어 송원장학재단의 기금 규모도 148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룹이 지속적으로 기부금을 출연하고 있어서다. 김 회장은 “이윤을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기업이 많지만, 사회에 이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 부친의 DNA가 내게도 유전된 것 같다”며 “장학재단을 거친 학생들이 외교관, 변호사, 금융인 등으로 성장한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경영 마인드도 부친을 빼닮았다. 그는 “경영자로서 개인적 이권과 욕심을 부리지 않고 대의(大義)를 좇으면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다”며 “그러다 보면 매사가 심플(simple)하게 느껴지고, 그게 곧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한국경제[2023.03.16]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303151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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